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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도 인물이 없나 - 아크로폴(ACROPOL)
이정현

그렇게도 인물이 없나

또다시 친박의 그림자 이정현… 국민의힘은 왜 과거에 매달리는가

정말 그렇게도 사람이 없나.
이미 흘러간 물을 다시 끌어 담겠다는 발상, 그 자체가 퇴행이다.

장동혁이 6·3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에 이정현을 임명했다. 친박 중의 친박, 박근혜의 오른팔로 불렸던 인물이다. 이 인선 하나로 국민의힘은 스스로 선언했다. “우리는 과거와 공존하겠다”고.

단식 중단의 출구전략으로 꺼내 들었던 ‘박근혜 카드’의 후속 보답인가. 정치적 계산은 얄팍하고 메시지는 노골적이다. 변화는 없다. 사람도, 생각도 그대로다.

박근혜의 사람 이정현을 다시 전면에

이정현은 18대 국회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19대, 20대 국회에서 전남 순천에서 연이어 당선됐다. 보수의 불모지라 불리는 호남에서의 승리였다.

물론 그 성과 자체를 폄훼 할 필요는 없다. 지역구 활동을 평가 받았을 것이다. 동시에 보수 정권의 지원을 기대한 전략적 선택도 작용했을 것이다. 정치란 원래 그런 계산의 산물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박근혜는 집권 후 이정현을 청와대 정무수석, 홍보수석으로 중용했다. 권력의 핵심부였다. 그리고 2016년, 그는 호남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보수정당 대표가 된다. 당시 새누리당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 정권은 어떻게 끝났는가.

국정농단.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그 중심에서 권력을 함께 나눴던 사람들이 지금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정치권을 배회하고 있다.

이정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반성 대신 재등장한 이정현, 책임 대신 자리

박근혜 탄핵 이후 당은 분열됐고, 이정현의 정치적 입지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 이후 그는 사실상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자연스러운 정치적 퇴장 수순처럼 보였다.

그런데 조용히 성찰하며 물러나 있었어야 할 인물이 다시 등장했다.

지난해에는 한덕수 캠프 대변인을 맡았다. 한덕수가 정치적 동력을 잃자 곧바로 김문수 캠프로 이동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권력의 중심을 따라 움직이는 경로가 너무도 선명하다. 사실 한덕수를 선택한 이정현의 정치감각은 낙제점이다.

정치적 신념인가. 아니면 권력에 대한 집착인가.

일반 기업이었다면 이미 퇴직해야 할 나이다. 그러나 정치판에서는 다르다. 특히 ‘친박’의 상징 자산은 아직도 어딘가에서 통한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 계산을 이번에 장동혁이 다시 꺼내 들었다.

지역주의를 허문 존경받는 정치인 이정현(?)

장동혁은 이정현을 두고 이렇게 치켜세웠다.
“당의 험지인 호남에서 두 차례 당선돼 통합과 도전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정치인.”

듣기 좋은 말이다. 그러나 질문 하나만 던지자.

호남에서 두 번 당선됐다는 사실이, 국정농단 정권의 핵심 인사를 공천관리위원장에 앉힐 명분이 되는가?

공천은 선거의 절반 이상이다. 특히 지방선거는 인물 경쟁이다. 지역의 얼굴을 세우는 일이다. 그런데 그 공천을 총괄하는 자리에 과거 권력의 상징을 앉힌다?

이건 통합이 아니다.
이건 국정농단으로의 회귀다.

정치는 상징의 싸움이다. 공천위원장은 단순한 행정직이 아니다. 당의 가치와 방향을 드러내는 자리다. 그 자리에 ‘친박의 오른팔’을 앉히면서 어떻게 쇄신을 말할 수 있나.

사람이 안 바뀌면, 생각도 안 바뀐다

사람이 물갈이되지 않는데 생각이 바뀔 거라는 기대는 터무니없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그 권력의 중심에서 일했던 인물이 여전히 보수 정치의 핵심 보직을 맡는 현실. 그 자체가 메시지다.

박근혜 정부의 부역자들이 살아남아 윤석열 시대를 만들었고, 또다시 그들이 보수 정치권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이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 한, 보수의 미래는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공천관리위원장의 권한이 무한한 것은 아니다.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지방선거 공천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이번 인선은 상징 정치에 가깝다.

그리고 그 상징은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그때 그 사람들이다.”

이미 바다로 흘러간 물을 왜 다시 길어 올리나

이정현은 이미 서해를 지나 태평양까지 흘러가 버린 한강물 같은 인물이다. 한 시대의 정치적 부산물에 불과하다. 그 역할은 끝났다.

정치는 세대교체와 책임의 순환이 작동할 때 건강해진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여전히 과거 인맥과 충성의 고리에 매달려 있다.

그렇게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나.
중도 확장? 청년 지지? 지역 통합?

보수가 진짜로 살고 싶다면 과거의 인물을 다시 불러들이는 정치부터 멈춰야 한다. 쇄신은 얼굴을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 기억을 미화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다시 묻고 싶다.
정말 그렇게도 사람이 없나.

– 아크로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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