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뒤흔든 ‘쌍둥이 실패작’의 극과 극 통치 스타일 비교. 권력 사유화의 패턴은 같았으나, 위기를 증폭시키는 방식은 정반대였다. 이 모든 것이 결국 국정 농단의 변주곡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사는 코미디가 아니라 비극인데, 이상하게도 두 대통령만 등장하면 블랙코미디가 된다.
박근혜와 윤석열. 둘이 같은 당 출신이라서가 아니다. 나라를 말아먹는 방식이 너무도 ‘예술적’이라 공통점만 묶어도 한 편의 넷플릭스 다큐가 나온다.
권력을 사유화했고, 사적 네트워크에 국정을 외주 줬고, 측근들이 시스템을 무너뜨렸고, 국가는 진영으로 쩍 갈라졌다. 심지어 둘 다 출근을 대충했다. 이렇게까지 닮을 수 있나?
그런데 또 웃긴 건, 이렇게 똑같이 망가뜨렸으면서도 스타일은 완전 다르다는 점이다.
도대체 무엇이 달랐나?
이제 하나씩 까보자.
‘정치 금수저’ 정통파 vs ‘정무 흙수저’ 급행열차: 국정 농단 이전의 준비도 역설
박근혜는 말할 것도 없다. 박정희라는 거대한 빽을 등에 업고 정계에 입성했다. 정치 경험도 많고, 조직도 있고, 지역 기반도 빵빵했다. 빨리 말하면 ‘정치 금수저’였다.
반면 윤석열은?
“정치요? 그거 그냥 검사랑 비슷하지 않나?”라는 수준의 인식으로 뛰어들었다.
정당도 모르고, 정무도 모르고, 사람 관리도 모르고, 지역 기반도 없고, 그저 ‘검찰 아이콘’이라는 이미지 하나로 대통령이 됐다. 준비도 안 된 채 국가를 맡았으니 결과가 좋을 리가 없지 않은가.
박근혜가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정통파 실패작이라면, 윤석열은 ‘벼락치기 입문형’의 신종 실패작이다.
‘최순실 비선 왕국’ vs ‘김건희-檢 카르텔’: 국정 농단의 사유화 확장
박근혜 정권은 최순실이 국정을 놀이터 삼고, 문고리 3인방·십상시가 대통령을 감춰놓고, 나라는 비선 농단으로 박살 났다.
청와대는 만남이 아니라 ‘접근 금지 지역’이었고, 대통령은 그냥 관저형 은둔자였다.
윤석열은 구조는 다르지만 문제는 더 크다.
최순실 대신 김건희가 등장했고, 검찰 출신들이 대통령실을 빙 둘러싸고, 윤핵관은 “우리가 실세다”를 외치며 정국을 휘젓는다.
박근혜는 은밀하고 폐쇄적인 비선 시스템, 윤석열은 공개적이고 조직적인 검찰 카르텔 시스템을 구축했다. 두 형태 모두 국정 농단의 본질인 권력 사유화를 보여준다.
침묵과 증발 vs 폭주와 증폭: 극단의 국정 농단 위기관리 부재
박근혜는 위기가 터지면 그냥 사라진다. 말 그대로 ‘증발’.
세월호 때도, 최순실 의혹 때도, 모두가 답답해서 미칠 때 혼자 침묵 그리고 방치 모드. 국민은 절규했는데 대통령은 입을 닫았다. 결국 고립, 그리고 탄핵으로 끝났다.
윤석열은 다르다.
조용히 있는 법이 없다.
일단 난리가 터지면 “내가 맞다!” 하고 외치며 불길 속으로 뛰어든다.
언론·야당과 싸우고, 증거 하나 들고 강경 멘트 날리고, 갈등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갈등을 확장한다.
위기 관리가 아니라 위기 증폭기다.
박근혜가 침묵으로 무너졌다면, 윤석열은 소리 지르다가 무너지고 말았다. 이처럼 극과 극의 위기 대응 부재는 또 다른 형태의 국정 농단이다.
‘균형 코스프레’ 외교 vs ‘친미 올인’ 시장만능주의: 국정 농단과 정책 표류
박근혜는 복지 확대를 말했으면서도 증세는 안 한다는 마법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그래도 외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은 잡으려 했다.
윤석열은 균형이고 뭐고 없다.
외교는 오로지 미국 바라기, 국내 정책은 규제 완화·시장 만능·검찰식 법질서.
한마디로 ‘정치 초보가 검찰 세계관으로 국정을 운영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는 라이브 실험이었다.
침묵의 ‘체면 유지’ vs 폭언의 ‘국격 붕괴’: 국정 농단 이후 드러난 품격의 차이
박근혜는 말이 없어서 문제였지만, 적어도 법정에서는 최소한의 품위라도 지켰다.
원래 성격이 그랬지만 많은 말을 안 했고, 억지 주장을 퍼붓지도 않았다. 자기 변명성 발언도 없었다.
윤석열은 전 세계에 한국 정치의 망신을 보여줬다.
반말, 무례, 폭탄주 발언, 자기 변명, 말실수 퍼레이드.
이쯤 되면 대통령 한 번 더 나오면 국가 이미지 순식간에 바닥난다.
박근혜는 망하는 순간에도 침묵으로 버텼다면, 윤석열은 무개념 폭언으로 스스로를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둘은 다르다. 그러나 결말은 똑같이 ‘국가적 불행’
박근혜는 침묵형 재앙, 윤석열은 참견형 재앙이었다.
하지만 둘 다 대한민국을 흔들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권력의 오만, 준비 없는 통치, 사적 네트워크, 국민 무시. 이 모든 것이 국정 농단의 반복된 패턴이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국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이제 이런 대통령을 또 뽑을 여유가 없다.
잘 뽑아야 하고, 뽑은 뒤엔 더 잘 감시해야 한다.
정치적 재난은 예고 없이 반복된다. 단, 우리가 경계하지 않을 때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