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도자의 추락이 대한민국 공직 기강에 미치는 파급효과.
최소한의 품위조차 무너진 사회, 그리고 지도자의 품위
사람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위가 있다.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가정에서 배운 예의, 책을 통해 느낀 삶의 태도,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스스로 쌓아 올린 격이라는 게 있다.
바로 그것이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얇고도 단단한 안전망이다.
품위란 단어는 사전에 이렇게 적혀 있다.
“직품과 직위를 아울러 이르는 말.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그런데 요즘 이 단어가 유난히 자주 떠오른다.
왜냐고? 품위를 가장 지켜야 할 사람이, 가장 함부로 내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품위 붕괴: 변명과 폭탄주의 법정
대단한 품위를 기대한 적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품위, 아주 기본적인 예의, 자리와 신분에 걸맞은 기본적 무게감 정도는 지킬 줄 알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 윤석열은 이것을 헌신짝보다 못하게 버렸다.
그의 몰락은 정치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나라 망신이다.
법정에서의 그의 태도를 보면, 인간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기분마저 든다.
그리고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장면이 등장한다.
군 통수권자였던 사람이, 군 장성들과 폭탄주를 돌린 일을 법정에서 당당하게 자랑한다.
“앉자마자부터 그냥 소주, 소맥(소주+맥주), 폭탄주를 막 돌리기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계란말이 제가 만든 거다. 8시 좀 넘어서 와서 앉자마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안줏거리 갖다 놓으면서 술을 많이 마신 날 아니냐?”
이게 군 통수권자의 입에서 나온 말인가?
국군의날, 그것도 군 지휘부가 모인 자리에서 폭탄주 파티를 했다는 이야기를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한 변명용으로 꺼내 놓는다.
시정잡배들도 해서는 안 될 말을 전직 국가 지도자가 하고 있다.
부하에게 욕설, 책임 전가: 품위의 흔적조차 없다
윤석열은 법정에서 전 방첩사령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자식 이거, 방첩사령관이라는 놈이 수사의 ‘시옷’ 자도 모르고…”
장군이고, 가장이고, 군 조직의 책임자였던 사람에게 “놈” “자식”이라고 모욕을 퍼붓는다.
품위? 책임감? 리더십? 그런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부하가 계엄 수행이 불가능하다며 무릎을 꿇었다는 상황을 법정에서 들춰내면서 자신의 책임을 피해 가기 위해 부하들에게 모든 잘못을 떠넘긴다.
오죽하면 국가정보원 홍장원 전 차장이 말한다.
“피고인, 지금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건가?”
건달들도 웬만하면 자기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이 부하를 내던지고 발로 밟는다.
최소한의 인간적 자존감조차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사태가 던진 경고: 공직사회 기강 붕괴와 품위의 기준
윤석열의 재판을 지켜보는 국민은 여러 가지를 동시에 목격하고 있다.
- 고위 공직자들의 직업의식 결핍
- 군 조직의 취약성과 리더십 붕괴
- 극단적 사고를 가진 정치인들의 막가파식 언행
- 사이비 종교와 극우 정치 유튜버의 준동
- 공직사회 기강의 총체적 붕괴
이 모든 비극의 중심에는 최소한의 품위조차 없는 지도자가 있었다.
권력은 잠시다. 직위도 유한하다.
지도자는 자리를 떠난 후에도 품위로 기억된다.
그러나 윤석열의 재판은 우리에게 잔인한 현실을 보여 준다.
품위를 잃은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니다.
단지 권력을 쥐었던 한 사람일 뿐이고, 권력이 사라지면 남는 것은 참혹한 모습뿐이다.
이 나라가 다시는 이런 몰락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추락을 비웃는 데서 끝날 일이 아니다.
공직자의 품위·기강·책임의 기준을 사회 전체가 다시 세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