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민생투어, 그 불편한 진실
정치인들 행동 중에서 가장 꼴 보기 싫은 장면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시장 방문’이다. 이름은 그럴듯하다. 민생투어.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민생은 없고, 연출만 남는다. 시민은 사라지고, 카메라만 남는다. 이쯤 되면 질문해야 한다. 이건 정치인가, 쇼인가.

“민생”을 입에 올리며, 민생은 외면한다
시장 방문은 한국 정치에서 오래된 관례다. 동시에 끊임없이 ‘쇼’라는 비판을 받아온 행위이기도 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현실과의 괴리다.
평소에는 전통시장 현대화, 유통 구조 개선, 소상공인 보호에 별 관심도 없다. 그러다가 선거철이 되거나 정치적 위기가 닥치면 갑자기 시장을 찾는다. 떡볶이를 먹고, 몇 가지 물건을 사고, 상인과 악수한다.
그리고 사진 한 장.
그게 끝이다.
이걸 민생이라고 부르는 건, 솔직히 말해 국민을 우습게 보는 태도다.
귀족 행차(민생투어) vs 현실 지옥
정장을 입고 수행원 수십 명을 대동한 채 시장 골목을 걷는다. 기자들, 카메라, 지지자들이 뒤엉켜 좁은 통로를 점령한다.
그 결과는 뻔하다.
시민 통행을 방해하고, 상인 영업도 방해한다. 때로는 시장 전체 동선을 마비 시킨다.
민생을 챙기러 왔다면서, 정작 민생을 방해한다. 이건 모순이 아니라 위선이다.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생존을 걱정하는 상인들 앞에서 벌어지는 이 ‘귀족 행차’는 코미디에 가깝다. 아니, 웃기지도 않는다. 그냥 불쾌하다.
정책은 없고 포즈만 남은 민생투어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시장 방문이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통시장을 살리겠다고 목소리는 높인다. 하지만 실제 입법이나 예산 반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반대다.
- 지역화폐 예산 축소 논의
- 전통시장 지원 예산 삭감 시도
- 온라인 플랫폼 정책에서 상인 의견 배제
이런 상황에서 시장을 방문해 “힘내세요”라고 말하는 건, 공감이 아니라 기만이다.
한동훈의 민생투어 = 팬미팅
이 문제는 특정 정치인의 사례에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한동훈의 시장 방문이 대표적이다.
최근의 대구 서문시장, 부산 구포시장 방문.
겉으로 말하는 것은 민생 행보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엇이었나.
동원된 지지층, 과도한 연출, 반복되는 동선, 뻔한 메시지… 6월 국회의원 재보선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간보기라는 걸 국민들은 다 안다. 오직 보수 중심의 보궐선거 예상지역 시장만 둘러 본다.
결국 시장은 ‘민생 현장’이 아니라 팬미팅 장소로 변질됐다.
정책은 없다. 새로운 비전도 없다. 그저 이벤트일 뿐이다.
이걸 민생이라고 부르는 순간, 정치의 기준은 무너진다.
문제는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다
정치인의 현장 방문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문제는 본질이다.
“가서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가서 무엇을 가져오느냐”다.
-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했는가
- 구체적인 물가 대책을 내놓았는가
- 예산과 입법으로 이어졌는가
이 세 가지가 없다면, 그 어떤 방문도 의미 없다.
사진 한 장 남기는 정치.
영상 하나 찍고 떠나는 정치.
그건 정치가 아니라 연출 산업이다.
민생투어의 가짜 각본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준비된 각본, 동원된 인파, 계산된 동선.
이런 ‘민생 쇼’는 당장 멈춰야 한다. 특히 한동훈식 연출형 시장 방문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민생은 카메라 앞에 있지 않다.
시장 골목 어딘가에서, 조용히 버티고 있는 사람들 속에 있다.
그걸 모르는 정치인은
시장에 갈 자격도 없다.
– 아크로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