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면 정권교체라는 보수의 희망은 왜 착각인가
지방선거 결과가 나오자 보수 진영은 오랜만에 기대감에 들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5선에 성공한 오세훈, 그리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한동훈. 보수 진영이 보유한 잠재적 대권 주자 두 명이 모두 정치적으로 어렵게 생존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2030년 대선을 이야기한다. 오세훈과 한동훈이 손을 잡으면 정권교체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는 희망이라기보다 희망고문에 가깝다.
두 사람은 단순히 경쟁 관계가 아니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생존 전략 자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조다. 서로 협력해야 성공하는 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상대를 넘어뜨려야만 자신의 길이 열리는 관계에 가깝다.
겉으로는 같은 보수 진영에 속해 있지만, 실상은 같은 산 정상으로 올라가려는 두 명의 등반가와 같다. 정상은 하나뿐이다.

너무 닮아서 공존할 수 없는 정치적 대체재 – 오세훈 한동훈 동맹
정치적 연대는 보통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때 성립한다.
영남 기반 정치인과 수도권 개혁파가 손을 잡거나, 보수와 중도 확장형 인물이 결합하는 식이다.
그런데 오세훈과 한동훈은 정반대다.
둘은 너무 많이 겹친다.
두 사람 모두 수도권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둘 다 법조인 출신이다. 둘 다 강남 엘리트 이미지를 갖고 있다. 둘 다 보수층뿐 아니라 중도층까지 겨냥하는 정치인이다.
특히 보수 진영에서 이들이 가진 경쟁력은 동일하다.
“중도층이 상대적으로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수도권 주자.”
바로 이 점이 문제다.
당원과 지지자 입장에서 비슷한 상품이 두 개 있을 필요는 없다. 결국 더 경쟁력 있는 한 명에게 표와 관심이 집중된다.
오세훈이 뜨면 한동훈이 가려지고, 한동훈이 부상하면 오세훈의 존재감이 약해진다.
서로의 정치적 공간을 잠식하는 완벽한 대체재인 셈이다.

보수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완전히 다르다
둘의 갈등은 단순히 대권 경쟁 때문만이 아니다.
보수를 재건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오세훈은 ‘약자와의 동행’을 앞세우며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한다. 이념 전쟁보다 민생 문제를 이야기하고, 정치적 충돌보다 행정 성과를 내세운다.
자신을 정치 투사가 아니라 행정가로 포지셔닝한다.
반면 한동훈은 전혀 다르다.
그는 법치와 공정, 선명성을 무기로 삼는다. 사안마다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팬덤 지지층 결집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때로는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모든 이슈에 개입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 오세훈은 “유능한 관리자”를 자처하고, 한동훈은 “전투형 참견자”를 자처한다.
정치적 문법이 다르다.
실제로 당내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오세훈은 한동훈 세력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왔다. 스스로를 “합리적 보수”로 규정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서로의 정치 스타일을 인정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2030 대선은 둘에게 모두 마지막 기회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다.
정치인들이 손을 잡으려면 미래를 기약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내가 양보하고, 다음에는 당신이 밀어주는 식의 거래가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오세훈과 한동훈 사이에서는 그런 계산이 성립하기 어렵다.
오세훈은 서울시장 5선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다. 동시에 다음 대선이 사실상 마지막 승부처가 됐다.
여기서 물러서면 다시 기회가 오기 어렵다.
한동훈 역시 마찬가지다.
부산 북갑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며 정치적으로 간신히 생존했고, 당권과 대권을 향한 독자 노선을 구축하려 할 것이다.
이미 둘 다 미래 권력의 중심부에 들어갈 기회가 왔다.
이 상황에서 누가 2인자를 자처하겠는가. 누가 스스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맡겠는가.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세훈 한동훈 동맹 – 결국 둘은 손을 잡는 동지가 아니라 최종 결승 상대다
보수 지지층은 두 사람의 연합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의 현실은 냉정하다.
오세훈이 살아남으려면 한동훈을 넘어야 한다. 한동훈이 선택되려면 오세훈을 밀어내야 한다.
둘이 가진 무기와 지지층, 정치적 영토가 지나치게 비슷하기 때문이다.
왕좌는 하나뿐이다.
결국 두 사람이 손을 잡는다는 것은 어느 한쪽이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과 대권 야망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금은 서로를 자극하지 않으며 조용히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2030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보수의 미래를 둘러싼 경쟁은 결국 오세훈 대 한동훈의 정면충돌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싸움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다.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피할 수 없는 권력 전쟁이 될 것이다.
– 아크로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