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책임 회피 – 정체성을 무너뜨린 것은 외부가 아니라 스스로였다
보수의 핵심 가치는 분명하다. 국가의 안보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공동체의 질서를 수호하는 것이다. 위기 앞에서는 가장 먼저 책임을 지고, 가장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키는 것. 그것이 보수가 오랫동안 내세워 온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윤석열 정권 내내 국민이 목격한 것은 정반대였다. 헌신 대신 책임 회피, 사죄 대신 법률적 방어, 희생자에 대한 애도 대신 변명이 이어졌다. “내 소관이 아니다”라는 말이 공직사회의 면죄부처럼 사용되면서 보수의 도덕적 기반은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보수 책임 회피 – 이태원 참사, 변명이 먼저였다
그 상징적인 인물이 바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직후 그는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수많은 청년이 희생됐지만 국가 안전의 최고 책임자는 사과보다 책임을 부정하는 데 집중했다.
더욱 논란이 된 것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기각을 사실상 면죄부처럼 받아들이며 직무에 복귀한 태도였다. 법적 책임과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엄연히 다르다. 국민이 요구한 것은 법률 논리가 아니라 최소한의 책임감과 진심 어린 사과였다.
보수 책임 회피 – 책임감 없는 권력은 더 큰 위기를 만든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책임 회피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상민은 결국 윤석열의 비상계엄에 적극 협조한 내란 범죄를 저지른다.
국민과 국가에 대한 책임 의식이 부족한 권력은 이후 더 큰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같은 모습을 반복했다. 참사의 책임을 외면했던 인물들이 계속 권력의 중심에 남아 있었다는 사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문화가 얼마나 병들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책임을 지지 않는 조직은 결국 더 큰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보수 책임 회피 – 무너진 경찰 지휘 체계
치안 수장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이태원 참사 당시 휴가 중이었고 상황 인지가 늦어지면서 지휘 공백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참사 당일 주말 휴가를 이유로 제천에서 음주 후 잠들어 버렸다.
국민의 목숨이 소멸해 가던 골든타임에 치안 총수가 수십 분간 상황 보고조차 받지 못하는 전대미문의 지휘 공백을 만든 것이다.
이후 책임론이 거세지자 비판은 현장 경찰에게 집중됐고, 정작 지휘부의 책임은 희미해졌다.
조직은 위에서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가 되었고, 국민은 국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잃어갔다.

보수 책임 회피 – 잼버리 사태, 무능 위의 변명
2023년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는 폭염과 위생 문제, 부실한 준비로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했다.
하지만 김현숙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현실을 인정하기보다 “영성을 키울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고, 국회 출석 과정에서도 부적절한 대응으로 비판을 받았다.
국민은 해명을 원한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했다. 그러나 끝까지 변명이 우선이었다.
보수 책임 회피 – 오송 참사와 지방권력의 안일함
지방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 참사 당시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내가 일찍 갔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은 재난 대응 최고 책임자의 인식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국민은 모든 재난을 막아내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끝까지 책임지고, 부족함을 인정하며 다시는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원할 뿐이다.
보수 책임 회피 – 개인이 아닌 조직의 문화
이 모든 사건은 특정 정치인 몇 명의 실언으로 치부할 수 없다.
윤석열 정권 시절 행정, 치안, 중앙정부, 지방정부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하나다. ‘책임 회피’가 조직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이유다. 그럼에도 위기 때마다 변명과 면피가 먼저 등장한다면, 그 권력은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보수 책임 회피 – 책임 없는 보수는 더 이상 보수가 아니다
보수는 오랫동안 국가와 책임을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국민이 기억하는 것은 책임지는 지도자가 아니라 끝없이 책임을 피하는 권력이었다.
변명으로 위기는 넘길 수 있을지 몰라도 국민의 신뢰는 되돌릴 수 없다.
보수가 다시 국민 앞에 서고 싶다면 정책보다 먼저 회복해야 할 것이 있다. 잘못 앞에서 책임지는 용기다.
– 아크로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