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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특권③] 국회의원 세비·보좌진을 없애겠다고? - 아크로폴(ACROP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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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국회의사당 릭스다그 전경

[국회의원 특권③] 국회의원 세비·보좌진을 없애겠다고?

세비·보좌진부터 자르면 국회는 ‘행정부 거수기’가 된다

국회의원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 있다.

“세비를 깎겠습니다.”

“보좌진을 줄이겠습니다.”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겠습니다.”

여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해외 사례가 스웨덴이다. 스웨덴 의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고, 소박한 생활을 한다는 이야기가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소개된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국회의원의 사치와 낭비를 줄이는 것과 국회의원의 입법·감시 역량을 줄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국회의원 1명과 정부 관료 수십만 명이 싸운다

대한민국의 국회가 상대해야 하는 행정부는 거대한 조직이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등 중앙부처에는 수많은 공무원과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정부가 제출하는 예산안과 법률안은 수백 쪽을 넘어서는 경우가 흔하고, 숫자 하나와 문구 하나에 엄청난 이해관계가 숨어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 개인에게 주어진 보좌 인력은 제한적이다.

국회의원이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제대로 분석하고, 예산의 허점을 찾아내고, 각종 정책 자료를 검증하려면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하다.

기재부 예산안의 허점을 찾아내고, 국토부 대형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복지사업의 누수를 찾아내고, 국방부 무기 도입 과정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일을 의원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환상이다.

그런데 전문 보좌진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되는가?

정부가 만든 자료를 정부가 설명하고, 국회는 그 설명을 듣고 도장만 찍는 구조가 된다.

그것이야말로 국회의 가장 위험한 실패다.

정부세종청사 정문 전경
정부세종청사. 국회의원 한 명이 상대해야 하는 행정부는 수십만 명 규모의 조직이다.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CC BY-SA 3.0)

‘특권 폐지’라는 말에 속지 말자

물론 현재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모두 제대로 일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보좌진 운용, 친인척이나 측근 중심의 인사, 수행과 의전 중심의 인력 배치, 불투명한 예산 집행은 당연히 뜯어고쳐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좌진 숫자를 무조건 줄이는 것이 개혁은 아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보좌진의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질’을 높이는 것이다.

운전·수행·개인 일정 관리에 지나치게 치우친 인력 구조가 있다면 정책 분석과 입법 검증을 담당하는 전문인력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대기업의 로비스트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정부 부처의 관료보다 더 날카롭게 법안과 예산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전문인력은 줄이고 의원에게 ‘혼자 공부해서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결국 누가 이득을 보는가?

정보와 전문인력을 가진 행정부와 거대 이익집단이다.

세비를 깎으면 ‘서민 정치’가 되는가?

세비 감축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면 매우 매력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세비를 지나치게 낮추는 것이 정말 서민 정치로 가는 길일까?

오히려 반대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정치인이 의정활동에 필요한 생활비를 개인 재산으로 충당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면 정치권은 돈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청년 활동가, 시민단체 출신 인사, 노동 현장 전문가, 각 분야의 평범한 직장인들이 국회의원이 되었는데 세비와 지원이 지나치게 낮다면 생계를 포기하고 정치에 뛰어들 수 있겠는가?

반면 재산이 수십억 원인 기업인이나 건물주, 자산을 축적한 은퇴층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결국 “국회의원 세비를 깎자”는 구호가 자칫 “돈 없는 사람은 정치하지 말라”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불법 정치자금이 난무할 수 있다.

정치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민주주의의 방향이지, 돈 많은 사람만 정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개혁은 아니다.

대한민국 5만원권 지폐
5만원권 지폐. 세비를 지나치게 낮추면 정치가 돈 있는 사람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한국은행 화폐 이미지)

진짜 문제는 ‘비용’이 아니라 ‘성과’다

국회의원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무조건 줄이는 것은 쉬운 정치다.

하지만 국민이 정말 따져야 할 것은 이것이다.

“그 돈으로 국회가 무엇을 했는가?”

1억 원을 쓰고 10억 원의 예산 낭비를 막았다면 그것은 낭비가 아니다.

수천만 원의 전문인력을 활용해 수조 원짜리 사업의 부실을 밝혀냈다면 오히려 엄청난 투자다.

반대로 수십억 원을 아껴놓고 정부의 잘못된 예산 수천억 원을 그대로 통과시킨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악의 낭비다.

따라서 이제 국회의원 특권 논쟁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비용 절감(Cost)이 아니라 성과 대비 비용, 즉 ROI를 따져야 한다.

줄여야 할 것은 보좌진이 아니라 ‘특권형 보좌진’이다

개혁의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친인척 채용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가족과 측근에게 일자리를 나눠주는 구조가 있다면 철저히 막아야 한다.

둘째, 보좌진 채용과 업무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

누가 어떤 직급으로 채용됐고 어떤 업무를 맡았는지 국민이 알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정책 전문인력 비중을 높여야 한다.

단순 수행·의전 중심의 인력보다 예산·법률·경제·과학·복지·국방 등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세비와 보좌진 비용을 입법 성과와 연결해 평가해야 한다.

몇 건의 법안을 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법안을 만들었는지, 정부의 예산 낭비를 얼마나 찾아냈는지, 국정감사를 얼마나 충실하게 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다섯째, 국민에게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이 어디에 쓰였고, 그 돈이 어떤 입법 성과와 행정부 감시 성과로 돌아왔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서류가 가득 쌓인 문서 보관실
서류로 가득한 문서 보관실(미국 특허청, 20세기 초). 수백 쪽짜리 예산안과 법안을 검증하려면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Public domain)

국회의원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특권 개혁은 아니다

국회의원에게 특권이 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이 반드시 감시해야 할 특권은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하지만 행정부를 감시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까지 특권이라고 몰아붙이는 순간 국회는 스스로 무장해제하게 된다.

국회는 행정부의 하청기관이 아니다.

정부가 만든 예산을 심사하고, 정부가 만든 법안을 뜯어보고, 권력기관의 잘못을 추궁하고,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를 감시해야 하는 헌법기관이다.

쓸데없는 특권과 낭비는 도려내되, 국민을 대신해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전문성과 자원은 오히려 강화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필요한 것은 자전거를 타느냐, 고급차를 타느냐의 보여주기식 개혁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만큼 정부의 잘못을 얼마나 찾아냈고, 얼마나 좋은 법을 만들었으며, 국민의 권리를 얼마나 지켜냈는가를 증명하는 것이다.

국회가 싸구려가 되는 것이 개혁이 아니다.

국회가 제대로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 진짜 개혁이다.

– 아크로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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