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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특권①] 국회의원 특권, 없애는 게 능사가 아니다 - 아크로폴(ACROP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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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기자회견 장면

[국회의원 특권①] 국회의원 특권, 없애는 게 능사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특권’이 아니라 통제 받지 않는 권력이다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국회의원 특권 폐지 쇼’

국회의원 선거철이 되면 어김없이 국회 소통관에 의원들이 줄지어 선다. 그리고 익숙한 구호를 쏟아낸다.

“세비를 감축하겠습니다.”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겠습니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습니다.”

정치인들은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무엇을 불만스러워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선거철만 되면 국민의 분노와 정치 불신을 달래기 위한 ‘특권 폐지 쇼’를 벌인다.

“일도 제대로 안 하면서 연봉은 1억5천만 원이 넘는다.”

“수많은 특권을 누린다.”

“보좌관은 왜 그렇게 많은가?”

“구속돼도 세비를 받는 게 말이 되느냐?”

이런 국민의 불만에는 분명 합리적인 부분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다. 왜 이런 공약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가?

답은 간단하다. 정치인들이 약속만 하고 제대로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리에 나란히 붙은 선거 후보 벽보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전주시 효자동에 걸린 후보 선거벽보. 사진: 고려, CC BY 4.0 ·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위키미디어 커먼즈

특권을 줄이겠다는 말이 가장 쉬운 정치다

보통 사람은 자신의 권한과 자원을 늘리려고 한다. 그런데 유독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내 권한을 줄이겠다”, “내 세비를 깎겠다”고 외친다.

얼핏 보면 자기희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값싼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돈도 들지 않고, 복잡한 개혁도 필요 없으며, 국민의 분노를 즉각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정당의 공천권을 어떻게 민주화할 것인지, 국회의원의 정책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행정부에 집중된 권력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 같은 문제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복잡하다. 이해관계도 얽혀 있다. 정치인 자신의 기득권을 건드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다.

“국회의원 특권을 없애겠습니다!”

국민이 듣기 좋아하는 말만 던지고 본질은 건드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국회의원 지원을 무작정 없애면 될까?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전부 없애고 세비를 대폭 줄이고 보좌진까지 대거 없앤다고 해서 좋은 국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의원의 보수와 의정 지원을 지나치게 줄이면 생계 걱정이 없는 재벌과 자산가, 이미 사회적 권력을 가진 기득권층만 정치에 진입하기 쉬워진다.

청년과 노동자, 평범한 시민,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에 뛰어들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국회의원에게 필요한 정책자료와 입법 지원까지 줄여버리면 더 심각하다.

국회는 막대한 예산과 조직을 가진 행정부를 감시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에게 충분한 정책 역량과 보좌 인력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관료가 만들어온 법안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제대로 분석하지도 못한 채 행정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거수기 국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수천억 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자. 국회의원이 혼자 수백 쪽의 예산자료와 법률 검토자료를 모두 분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전문 보좌진과 입법 지원 시스템이다.

문제는 보좌진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그 권한과 자원을 국민을 위해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가가 핵심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 전경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국방부 장관(2009년 10월 23일). 사진: 대한민국 국군, CC BY-SA 2.0 ·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위키미디어 커먼즈

망치가 사람을 때린다고 망치를 없앨 것인가?

국회의원의 권한과 의정 지원은 의원 개인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다.

국민이 거대한 권력을 감시하고 법을 만들라고 임시로 맡긴 업무용 도구다.

망치는 못을 박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망치가 사람을 해치는 데 사용됐다고 해서 망치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일까?

망치를 쥔 손을 통제해야 한다.

국회의원에게 권한이 필요한 이유를 인정하되, 그 권한을 남용할 수 없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불체포특권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폐지냐 유지냐의 감정적 구호로 끝낼 것이 아니라, 헌법상 입법부의 독립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범죄 혐의를 받는 의원에 대한 사법 절차의 실효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따져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특권 쇼’가 아니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히 세비가 많아서가 아니다.

권한은 큰데 책임은 작고, 혜택은 누리면서 개혁은 남에게 요구하는 정치의 이중성 때문이다.

그러니 “특권을 줄이겠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권한을 왜 주었는지, 그 권한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 남용하면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꼴 보기 싫다고 특권을 무조건 없애자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진짜 개혁은 망치를 부수는 것이 아니라, 망치를 제대로 쓰게 만드는 것이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국회의원 특권 폐지 쇼’.

이제 국민도 속을 만큼 속았다.

필요한 것은 의원들의 자기희생 퍼포먼스가 아니라 권한에는 책임을, 특권에는 통제를, 의정활동에는 성과를 연결하는 정치개혁이다.

못을 박는 데 쓰는 장도리(클로 해머)
망치는 못을 박기 위한 도구다. 사진: Evan-Amos, 퍼블릭 도메인 ·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위키미디어 커먼즈

– 아크로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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