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정치 – 선거때는 수도권을 외치고, 끝나면 영남으로 숨는 정치
선거철만 되면 보수 정당은 목소리를 높인다.
“중도층을 잡아야 한다.”
“수도권을 잃으면 미래도 없다.”
민심 앞에서는 허리를 숙이고, 변화와 혁신을 약속한다. 하지만 이 절박한 외침의 유통기한은 선거일까지다.
막상 선거가 끝나거나 당내 권력투쟁이 시작되면 분위기는 180도 달라진다. 수도권 민심은 금세 잊힌다. 대신 정치인들은 익숙한 영남으로 돌아가 당내 세력 다지기에 몰두한다.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이라는 탄탄한 기반만 지키면 정치 생명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선거 때는 전국정당을 말하지만, 권력 앞에서는 다시 영남 중심으로 회귀하는 구조. 이것이 반복되는 국민의힘 정치의 가장 큰 모순이다.
안방 정치 – 수도권은 변하는데, 당은 여전히 영남에 갇혀있다
대한민국의 인구 구조와 정치 지형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수도권 민심은 어느 지역보다 변화 속도가 빠르다. 청년층과 중도층의 정치적 판단 역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해졌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권력 구조는 여전히 특정 지역의 정치적 영향력에 크게 의존하는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전국 민심보다 당내 권력 구도가 우선되는 일이 반복된다.
당권 경쟁도, 원내대표 선거도, 주요 의사결정도 결국 특정 지역 의원들과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다양한 의견은 힘을 얻기 어렵다.
청년층이나 중도층의 문제의식은 쉽게 “배신”이나 “해당 행위”로 낙인 찍히고, 당은 전국 민심보다 내부 결속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런 구조에서는 혁신보다 순응이, 경쟁보다 줄서기가 살아남는다.
안방 정치 – 책임은 없고 눈치만 보는 정치
영남권 다수 의원들의 정치 행태 역시 이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큰 정치적 사건이 발생하면 앞장서 책임지는 사람은 드물다.
윤석열 정부 시기 여러 논란이 이어질 때도, 당내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도 상당수 의원들은 침묵을 선택했다.
탄핵 국면에서도, 이후 당내 권력 재편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왜일까.
승자가 누구인지 확실해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적 신념보다 공천과 생존이 우선되는 계산법이다.
누가 당권을 잡을지, 누가 공천권을 행사할지를 먼저 지켜본 뒤 그때 줄을 서는 것이 가장 유리한 전략이 되어 버렸다.
이런 기회주의가 반복될수록 정치적 책임은 사라지고, 당은 더욱 활력을 잃는다.
왜 모두 영남으로 향하는가
당권 주자들이 위기 때마다 영남을 가장 먼저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내 다수 의석이 집중된 지역이고, 당내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반이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전국 민심이 등을 돌려도 당내 권력은 여전히 그곳에서 결정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위기만 닥치면 대구 서문시장으로, 부산 자갈치시장으로 향하는 장면이 반복된다.
전국을 향한 메시지보다 당내 기반을 다지는 일이 우선순위가 되는 것이다.
이런 정치가 계속된다면 수도권과 청년층이 국민의힘을 전국정당으로 바라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안방 호랑이들의 끝은 ‘지역정당‘
결국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국가 운영도, 보수 혁신도 아니다.
다음 총선 공천이다.
영남에서는 공천만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치적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누구보다 조용하고, 누구보다 눈치를 본다.
그러나 안방에서는 통하는 정치도 전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변화하는 시대와 민심을 읽지 못한 채 기존 지지 기반에만 의존하는 정당은 결국 외연을 넓힐 수 없다.
국민의힘이 진정한 전국정당으로 거듭나려면 특정 지역 중심의 권력 구조부터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수도권과 청년층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선거 때만 전국을 이야기하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영남으로 돌아가는 정치.
그 악순환을 끊지 못하는 순간, 보수의 미래는 혁신이 아니라 축소다.
‘안방 정치’에 안주하는 한 국민의힘은 전국정당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 의존하는 정당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 아크로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