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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된 보수의 책사들… 법조인 정치가들이 망쳐버린 ‘생각하지 않는 정당’

법조인 정치 – 철학과 비전의 실종, ‘뇌사(腦死)’에 빠진 보수

지금의 국민의힘 시계는 오직 오늘 아침 터진 자극적인 이슈와 말싸움에만 맞춰져 있는 듯하다. 5년, 10년 뒤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거대한 담론과 국가 비전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과거 보수 진영에는 시대를 읽고 방향을 제시하는 책사들이 있었다. 권력 앞에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전략가와 킹메이커가 존재했고, 그들은 선거를 넘어 국가의 미래를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당내 대표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마저 미래 전략을 설계하는 연구기관이라기보다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를 생산하는 조직처럼 비쳐질 때가 적지 않다. 철학도, 비전도, 장기 전략도 사라진 정당. 생각을 멈춘 정당은 결국 스스로 뇌사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치를 밀어낸 법조인 정치, 타협은 사라지고송사만 남았다

이 같은 모습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로 법조인 중심의 정치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국민의힘 대표 장동혁은 판사 출신이고, 원내대표 정점식은 검사 출신이다. 이들과 치열하게 맞서는 한동훈 역시 검사 출신이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변호사 출신, 판사 검사 출신 의원들까지 더해지면서 당내 정치는 협상과 조정보다는 법률 논리와 절차를 앞세우는 방식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원래 정치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타협을 통해 해법을 만드는 예술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가 서초동 법정의 연장선처럼 보일 때가 많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는 설득하기보다 징계 대상으로 만들고, 정치적 이견은 토론보다 해당 행위 논란과 고소·고발, 당헌·당규 해석 싸움으로 이어진다.

당헌·당규의 문구 하나를 두고 끝없는 법리 다툼을 벌이는 동안 국민이 원하는 민생과 미래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조금씩 양보하며 합의를 만들어내는 정치의 기술은 사라지고, 상대를 몰아내기 위한 법적 공방만 남았다. 정치는 실종되고 법률 기술만 남은 것이다.

법조인 정치 – 정책은 실종 되고선고의 언어만 남았다

법조인 중심의 정치가 굳어질수록 정책과 비전은 설 자리를 잃는다.

지금의 국민의힘이 저출생, 지방소멸, 산업 경쟁력, AI 시대, 연금개혁, 청년 문제 같은 국가적 과제에 대해 국민이 공감할 만한 장기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을 별로 본적이 없다.

눈에 띄는 것은 오직 반대를 위한 반대, 상대를 향한 공격, 당내 권력투쟁뿐이다.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인의 언어 대신 상대를 단죄하는 검사와 판사의 언어가 당을 지배하고 있다.

따뜻한 공감도, 미래를 향한 희망도 없다. 오직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지를 재단하는 차가운 ‘선고’의 언어만 반복될 뿐이다.

국민은 정치인을 원하는 것이지, 서로를 재판하는 법률가 집단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말로는 국민을 설득 할 수 없다

국민은 더 이상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에 감동하지 않는다.

정치는 법률 최저 기준만 지키면 끝나는 직업이 아니다. 국민은 법적 무죄보다 정치적 책임을 더 중요하게 본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 것인지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원한다.

하지만 철학을 잃은 정당은 법조문 뒤에 숨게 된다. 비전이 없으니 절차만 강조하고, 미래를 말하지 못하니 법리만 반복한다.

그 결과는 이미 여러 선거에서 확인됐다. 법률 논리만으로는 민심을 얻을 수 없고, 절차만으로는 정권을 지킬 수도 없다.

생각하지 않는 정당은 결국 도태된다.

책사는 사라졌고, 비전은 진공 상태가 되었으며, 정치는 사법화됐다.

지금도 국민의힘에서는 미래를 설계하는 토론보다 법률 기술자들의 권력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그 논쟁은 당을 살리는 망치가 아니라, 보수라는 관에 마지막 못을 박는 망치가 될 수도 있다.

– 아크로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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