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냐 한동훈이냐 – 보수의 최종 승자는 누구인가 아니면 둘 다 한계인가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를 꼽으라면 단연 두 사람이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세훈, 그리고 부산 북구갑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한동훈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대권 경쟁 구도를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오세훈을, 누군가는 한동훈을 보수의 미래라고 말한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선거에서 윤석열과의 차별화, 이른바 ‘절윤’ 전략을 통해 독자적인 정치 생존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두 사람은 모두 일정한 정치적 자산을 확보했지만, 동시에 매우 치명적인 약점도 안고 있다.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윤석열 체제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이번 경쟁은 단순한 차기 주자 경쟁이 아니라, 보수가 과거와 결별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화려한 5선의 영광 뒤에 숨겨진 한계를 드러낸 오세훈
오세훈은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적 입지를 크게 강화했다.
사상 최초의 서울시장 5선이라는 기록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자산이다. 오랜 행정 경험과 안정적인 이미지, 그리고 중도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외연 확장성은 보수 진영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강점이다.
실제로 많은 유권자들은 오세훈에게서 극단적 이념 대결보다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 이미지를 본다. 보수 정당이 대선 본선 경쟁력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바로 그 강점이 약점이 되기도 한다.
오세훈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선명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강한 신념과 철학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관리자형 정치인의 모습이 강하다.
특히 윤석열 정부 시절의 행보를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정권 초기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던 인물이 정권이 위기에 처하자 가장 먼저 거리 두기에 나섰다. 정치적 유연성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으로도 비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파괴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수 지지층이 위기 상황에서 원하는 것은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리더일 때가 많다. 하지만 오세훈은 언제나 안전한 선택을 선호했다. 이런 스타일이 과연 치열한 당내 경선에서 보수층의 심장을 뛰게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동훈, 팬덤은 강력 국가비전은 없다
반면 한동훈은 전혀 다른 유형의 정치인이다.
국민의힘 징계와 제명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선거 과정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보여준 공격력과 대중적 인지도는 보수 진영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한동훈의 최대 무기는 팬덤이다.
민주당과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전사 이미지는 강한 결집력을 만들어냈다. 기존 정치인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공격성과 저돌성 역시 그의 정치적 자산이다.
그러나 한동훈 역시 치명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고립이다. 국민의힘 당내 기반이 취약하고 갈등이 반복된다. 강성 지지층은 열광하지만, 비토층은 그보다 더 강하다.
무엇보다 한동훈은 아직도 검사 한동훈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상대를 공격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비전은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경제, 외교, 복지, 지방소멸, 저출산 같은 국가적 과제에 대해 어떤 청사진을 갖고 있는지 국민들은 아직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바로 윤석열이다.
한동훈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인물이었다. 검찰 시절부터 법무부 장관, 여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정치적 성장 과정 자체가 윤석열 체제와 연결돼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윤석열과 완전히 다른 정치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과거 검사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중형을 구형하며 비난했던 인물이 최근에는 박근혜의 삶을 존경한다고 말하며 퇴행 보수 지지층에 다가가는 모습까지 보였다. 정치적 입장이 바뀔 수는 있다. 그러나 충분한 반성과 설명 없이 태도가 돌연 바뀌면 진정성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결국 승부를 가를 것은 ‘절윤‘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의 공통점으로 윤석열과의 차별화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차별화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들이 궁금한 것은 “윤석열과 얼마나 멀어졌는가”가 아니라 “윤석열 시대의 실패를 어떻게 평가하고 극복하는가”이다.
오세훈은 윤석열 정권을 지지했던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한동훈은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로서 자신의 책임을 설명해야 한다.
그 과정 없이 진행되는 절윤 경쟁은 정치적 혁신이 아니라 정치적 생존 전략으로만 보일 수 있다.
보수의 미래는 둘 중 누가 이기느냐보다 더 큰 문제다
현재로서는 오세훈이 안정성과 외연 확장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한동훈은 팬덤과 지지자들을 움직이는 폭발력에서 앞선다.
하지만 보수의 미래를 결정할 질문은 따로 있다.
정말 보수의 미래가 오세훈 아니면 한동훈뿐인가.
한 사람은 지나치게 계산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다른 한 사람은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한 사람은 책임보다 관리가 먼저 보이고, 다른 한 사람은 비전보다 팬덤이 먼저 보인다.
보수가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오세훈과 한동훈 중 누가 승리하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거의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그 답을 찾지 못한다면 오세훈의 승리도, 한동훈의 승리도 결국 보수 진영 전체의 ‘상처뿐인 승리’로 끝나고 말 것이다.
– 아크로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