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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카드

민주당이 가장 아깝게 잃은 사람, 필요 할 때만 불러 쓴 김부겸 카드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민주당 인사들 가운데 가장 아까운 사람은 누구일까.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정원오도 아니다. 부산에서 한동훈에게 밀린 하정우도 아니다. 가장 아쉬운 낙선자는 단연 김부겸이다.

김부겸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정치인이다. 그는 단순히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 아니라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 통합’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합리적이고 온건한 의회주의자로 평가 받았으며, 평생을 영호남의 벽을 허무는 데 바쳤다.

젊은 시절 DJ와 함께(왼쪽), 아주머니들과 유쾌한 수다 중인 김부겸 전 의원

편한 길을 버리고 험지를 선택한 정치인

김부겸은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경기 군포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하지만 그는 당내 소수 개혁파였다. 보수당의 노선과 영남 패권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결국 2003년 “지역주의 정치를 끝내고 전국 정당을 만들겠다”는 선언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했고, 열린우리당에 합류했다.

당시 그의 선택은 정치적으로 보면 손해 보는 길이었다. 수도권에서 안정적으로 정치 기반을 유지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2012년 민주당의 절대적 험지인 대구로 내려갔다.

누구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길이었다.

야유를 견디며 만들어낸 대구의 기적 – 김부겸 카드

대구에서의 정치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선거에서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거리에서는 야유를 들었고, 냉담한 시선도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대구를 떠나지 않았다.

“대구 경제를 살려야 한다.”

“정치에도 경쟁 체제가 필요하다.”

그는 같은 말을 반복하며 시민들을 설득했다. 낙선 후에도 지역을 지켰고, 시민들과 함께했다.

결국 그의 진정성과 뚝심은 결실을 맺었다.

2016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구갑에 출마한 김부겸은 무려 62.3%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대구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당선된 것은 정치사적 사건이었다.

그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지역주의의 벽을 실제로 허물어낸 몇 안 되는 정치인이었다.

총리 시절에도 빛났던 소통의 정치 – 김부겸 카드

이러한 상징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그는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제47대 국무총리가 되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중대본 본부장을 맡아 방역 최전선을 지휘했다.

그의 강점은 언제나 소통이었다. 극단적인 진영 대결이 일상화된 정치권에서도 김부겸은 대화가 통하는 정치인으로 평가 받았다.

진보 진영에서는 노무현 정신을 영남에서 실천한 정치인으로 인정받았고, 보수 진영에서도 국가적 현안을 논할 수 있는 품격 있는 대화 상대로 존중 받았다.

오늘날 정치권에서 찾아보기 힘든 유형의 정치인이었던 셈이다.

민주당은 왜 김부겸 카드를 꺼내들었나

그런 김부겸은 이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으로부터 대구시장 출마를 강하게 권유 받았다.

그는 총리직을 마친 뒤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한 상태였다. 여러 차례 고사했지만 결국 민주당의 요청을 외면하지 못했다.

대구를 위해서라면 마지막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과는 낙선이었다.

그러나 그는 오직 대구 발전만을 이야기하며 선거를 치렀고, 58만 표가 넘는 득표와 약 4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과거 민주당 후보들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였다.

패배했지만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선거 이후 ‘가장 아쉬운 낙선자’로 꼽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이 가장 반성해야 할 대목

민주당은 평소 대구·경북 지역 기반 구축에는 소홀했다. 지역 조직을 키우고 인재를 육성하는 장기 전략도 부족했다.

그러다가 선거가 다가오자 다시 김부겸을 불러냈다.

당이 필요할 때만 대구의 상징을 소환하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방치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김부겸이 ‘일회용 휴지’처럼 소모됐다고 말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대구에서 가진 거의 유일한 정치적 자산을 또다시 선거용으로 사용한 셈이다.

이것이야말로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패배했지만 더 크게 남은 정치인

선거는 졌다.

하지만 김부겸은 낙선 직후에도 거리 곳곳에 감사 인사를 내걸고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후배 정치인들을 격려하며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승자보다 패자가 더 큰 울림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번 선거가 바로 그랬다.

김부겸은 선거에서는 패배했지만 정치에서는 품격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태도는 지금 한국 정치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선거의 진짜 패배자는 김부겸이 아니다.

필요할 때만 그를 불러내고, 소중한 정치적 자산을 소모해버린 민주당이다.

– 아크로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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