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에도 변하지 않은 국민의힘, 쇄신은 없고 기득권만 남은 구시대 정치
지방선거가 끝난 뒤, 아주 잠깐이나마 기대를 품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선거라는 거대한 심판대 앞에서 국민의힘이 최소한 반성하는 척이라도 할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이다.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으니 적어도 변화의 시늉 정도는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기대는 사치였다.
국민의힘은 선거 전에도 그랬고 선거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변화는 없었다. 쇄신도 없었다. 반성은 더더욱 없었다. 오직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만 있을 뿐이었다.
사실 예견된 결과였다.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부터 드러났다. 당이 위기라면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낡은 세력을 정리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현역 광역단체장 교체는 사실상 전무했고, 쇄신의 칼날은 누구도 향하지 않았다.
그때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이 당은 선거에서 패배해도 변하지 않을 정당이라는 사실 말이다.

책임 대신 버티기, 장동혁의 구시대 정치
선거 참패 이후 가장 먼저 나왔어야 할 것은 책임이었다.
하지만 장동혁이 보여준 것은 책임이 아니라 버티기였다.
당 안팎에서 사퇴 요구가 쏟아졌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는 정면 돌파 대신 병원 침대를 선택했다.
물론 실제 건강 문제일 것이다. 그 자체를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국민들이 이미 비슷한 장면을 전에도 봤다는 점이다.
불과 몇 달 전에 그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단식이라는 극단적 방식을 선택했다. 정치적 책임을 논의해야 할 순간에 감정적 연출로 국면을 전환하려 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정치 지도자는 비판을 받으면 설명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 지도부는 책임보다 동정을 얻는 데 더 익숙해 보인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방식이 당내에서 여전히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강한 사퇴 요구는 어느새 힘을 잃었고, 지도부는 다시 시간을 벌고 있다.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진 것이 아니라 책임정치의 기본 원칙마저 잃어버렸다.
친윤의 부활, 민심은 또 다시 무시됐다
선거가 끝난 뒤 국민의힘이 가장 먼저 보여준 모습은 친윤 체제의 복원이었다.
원내대표로 선출된 정점식은 대표적인 친윤 인사다.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직접 뽑는다. 결국 이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적 선택이라는 의미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진심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선거 참패 이후에도 친윤 핵심 인사를 당의 중심에 세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개혁을 바라는 민심보다 과거를 지키는 계파가 우선이라는 신호다.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경고장을 보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 경고장을 읽지 않았다. 아니, 읽고도 무시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과거의 반복이 아니다.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인물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또다시 익숙한 얼굴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우리는 바뀌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구시대 정치 – 윤상현 카드가 보여준 국민의힘의 현실
더 황당한 장면은 선거관리위원회 국정조사 위원장 인선에서 나왔다.
국민의힘은 윤상현을 해당 자리로 선택했다.
국정조사는 공정성과 객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영역이다. 그런데 정치적 색채가 강하고 오랜 계파 정치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을 전면에 배치했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정치적 신뢰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중립성과 설득력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또다시 충성도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우선한 것처럼 보인다.
결국 당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가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혁신이 아니라 관리. 변화가 아니라 유지. 미래가 아니라 기득권.
국민들이 계속 실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 시장 승리에 취해 있다면 더 큰 패배가 온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수성을 근거로 이번 선거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자기위안에 불과하다.
국민들이 국민의힘을 적극적으로 선택했다고 믿는다면 위험한 착각이다.
국민은 특정 정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표를 행사하기도 한다. 견제와 지지가 항상 같은 의미는 아니다.
지금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은 왜 국민들이 등을 돌렸는지 냉정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왜 변화 요구가 끊이지 않는지 직시하는 것이다. 왜 보수층 내부에서도 실망과 분노가 커지는지 성찰하는 것이다.

구시대 정치를 끌어 안고 있는 보수는 미래가 없다
국민의힘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변화를 거부한 채 과거의 성공 경험과 계파 정치에 기대어 버틴다면 미래는 없다. 선거 패배보다 더 무서운 것은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는 일이다.
보수는 대한민국 정치에 필요한 축이다. 하지만 건강한 보수는 혁신과 책임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살아남고 싶다면 더 이상 착각 속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민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쇄신 없는 정당의 끝은 늘 같았다.
지금 국민의힘이 마주한 문제는 선거 패배가 아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정당 문화 자체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번 참패는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 아크로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