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국조특위 위원장 임명 – 국회는 국민 앞에 부끄러운 줄 알라
대한민국 정치권이 결국 또 한 번 국민을 기만했다.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얼마나 대놓고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런 인사를 태연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일까.
여야가 합의해 내놓은 결과물을 보라. 이름도 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으로 국민의힘 윤상현이 임명됐다.
이 소식을 접한 순간 실소조차 나오지 않았다. 지나가던 동네 강아지도 웃을 일이다.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이를 묵인하고 동의한 더불어민주당까지, 국회는 이번 결정으로 스스로 개혁 의지가 없음을 자백했다.

선관위 개혁이 아니라 면죄부 발급소를 만들 셈인가
지금 선거관리위원회가 어떤 조직인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름 아래 외부 감시를 피해 왔고, 각종 특혜 채용과 가족 채용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혈세를 이용한 해외 연수와 과도한 복지, 방만한 운영도 끊임없이 문제로 지적됐다.
급기야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독립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책임은 회피하고 권한만 행사하는 조직이 되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선관위가 정치인들에게 사실상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선관위가 특정 정치인을 조사하거나 고발하는 순간 정치 생명은 치명상을 입는다. 그래서 정치권은 선관위 앞에서 유독 몸을 낮춘다.
이번 국정조사는 단순한 진상규명이 아니다.
무소불위 권력으로 비대해진 선관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였다.
그런데 그 개혁을 이끌 위원장이 윤상현이라니.
이것이야말로 시작부터 결론이 정해진 쇼가 아닌가.
윤상현 국조특위 위원장 – 권력의 냄새를 따라 움직인 정치 인생
윤상현의 정치 이력은 권력 추종 한 방향이다.
그의 정치 인생은 늘 권력의 중심부를 향해 움직여 왔다.
박근혜 시절에는 대표적인 친박 정치인으로 분류됐다. 박근혜의 정치적 후광 속에서 정치적 입지를 넓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누구보다 앞장서 친윤 핵심 인사로 활동했다.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도 강경한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친윤 진영의 선봉 역할을 했다.
그런데 윤석열의 정치적 영향력이 급격히 약화되자 태도 역시 달라졌다.
어제의 충성파가 오늘의 비판가가 되고, 어제의 친윤이 오늘의 개혁가로 변신했다. 전형적인 정치 카멜레온이다.
신념의 변화라기보다 권력의 이동에 따른 위치 조정으로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인은 생각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권력의 흐름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정치인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
더욱이 선관위 개혁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맡을 인물이라면 과거 행적과 정치적 일관성에 대한 검증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회는 그 기본적인 검증조차 포기했다. 사실 윤상현은 과거 행동에 대한 검증도 필요 없을 만큼 모두가 아는 권력지향 인물이었다.

윤상현 국조특위 위원장 임명 –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공범이다
국민의힘은 윤상현을 내세웠다. 이 결정만으로도 국민의힘이 개혁 의지가 없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왜 동의 했는가. 개혁을 외친 정당이 어째서 이런 인사를 수용 했는가.
도대체 어떤 정치적 계산이 있었기에 국민 눈높이와 정반대 방향의 결정을 내린 것인가.
국민의힘이 추천했고 민주당이 동의했다면 이는 여야 공동 작품이다. 절대 한쪽만의 책임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면죄부를 주었고 민주당은 그것을 승인했다. 결국 양당 모두 선관위 개혁보다 정치적 거래를 우선했다.
윤상현 국조특위 위원장 임명 – 시작도 전에 실패한 국정조사
국정조사는 신뢰가 생명이다.
국민이 “이번만큼은 제대로 하겠구나”라는 기대를 가져야 의미가 있다.
하지만 위원장 인선 단계에서부터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사람이 신뢰를 주어야 조직이 신뢰를 얻는다. 그래야 그 조직의 결과물이 신뢰를 받는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다는 말이 있다.
지금 국회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이번 국정조사는 맹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몇 차례 보여주기 식 청문회가 열리고, 몇 장의 보고서가 작성되고, 몇 번의 유감 표명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그리고 선관위는 그대로 남을 것이다.
국민은 또다시 속았다는 허탈감만 떠안게 된다. 과거를 망각한 정치, 기회주의자가 살아남는 정치, 그리고 이를 방조하는 거대 양당.
대한민국 정치를 진흙탕으로 만든 주범들은 선관위만이 아니다.
국민 앞에서 개혁을 외치면서 뒤로는 야합을 반복하는 정치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개혁할 의지도 없으면서 개혁을 외치지 말라.
국민을 속이면서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지 말라.
부끄러운 줄 알라.
– 아크로폴















